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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채> 김옥종 시인

김옥종의 시에는 첫 시집 『민어의 노래』에 이어 여전히 음식을 소재로 한 시가 많다. 풀치, 황석어, 왕새우, 대구, 게장, 오징어, 갯장어, 준치, 홍어, 멍게, 농어, 광어, 어란… 아니 여기가 시를 모아놓은 시집이 아니고 생선을 모아놓은 목포 수산시장인가? 그러면서 다시 들여다보면 생선만 있는 게 아니다. 싱건지, 서리태, 해파리 오이냉국, 오삼불고기, 닭볶음탕, 라면… 고기도 노래 부르고, 채소도 춤을 춘다. 그 중심에 잡채가 있다. 한국 사람이면 대부분 좋아하는 잡채… 답답할 때, 절망이 엄습할 때, 인생이 뭐 같을 때, 시금치, 당근, 외로움, 쓸쓸함을 모두 센 불에 달달 볶아, 잡채를 먹자. 김옥종 시인은 이렇게 노래한다. 김옥종 시인 1969년생. 전남 신안의 섬 지도에서 출생했다. 한국인..

문학 이모저모 2022.09.29

<숨어 우는 바람 소리> 최문경 장편소설

아홉 살이 되기 전이었던가. 수양산(황해도 해주) 용수봉 너머에서 요란한 대포 소리가 들려왔다. 어쩌면 난, 아니 분명 새롭고 찬란한 날이 저 용수봉에 밝게 비치리라는 꿈과 희망에 찬 흥분과 한 가닥의 이유 모를 불안……. 전쟁의 참모습을 보기 전까지……, 대포 소리는 점점 더 가까이 그리고 용수봉 위의 푸른 공기를 뚫는 날카로운 음향까지 똑똑히 들리면서 전쟁은 왔다. 아홉 살이 되면서 나는 전쟁의 참모습을 보게 되었다. 하루아침에 세상이 바뀐 것이다. 바뀐 세상에서 나는 전쟁이 드러내는 실체를 확인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70여 년을 두려워하고 있었던가. 이제 내 나이 80을 바라보려고 하고 있다. ‘이제 격동 70년’ 북·미 적대 관계 종식, 평화를 위한 다채로운 빛이 저 무등의 규..

한국 소설가 2022.09.15

김해숙 장편소설 <금파>

[줄거리] 금파가 오직 소리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고창에 온 뒤로 판소리 학당 동리정사에는 소란이 끊이지 않는다. 지역의 세력가 주 영감은 금파에게 추근대다 망신을 당한 대가로 동리정사에 후원을 끊고, 소리선생 김세종은 빼어난 외모와 재주에 고개 숙일 줄 모르는 금파를 염려한다. 금파는 소리를 인정받겠다는 일념으로, 과거에 관청의 가녀가 된 일도 쪽 찐 머리를 풀어 댕기를 묶게 된 속사정도 모두 가슴속 깊이 묻는다. 그러던 어느 날 김세종은 고종 황제의 즉위 40주년 기념식 무대에 오를 이들을 가리기 위해 소리 경연을 열고, 금파는 단연 제일가는 소리로 관중의 찬사를 받지만 선발 명단에 오르지 못한다. 금파는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그와 실력을 견줄 만한 유일한 상대 승윤 역시 결과에 의문을 품는다..

한국 소설가 2022.09.13

조영한 소설집 <그들이 눈을 감는 시간에>

작가의 말 첫 번째 책이다. 그간의 노정과 관련해서 긴말을 보태고픈 마음은 적다. 내가 지금도 좋아하고 존경하는 작가는 나에게 이처럼 말한 적이 있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하는 것이 언제나 가장 정당하다. 나는 이 말이 지금도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조영한 소설가 경기도 안산에서 태어났다. 201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 소설가 2022.09.13

박충훈 소설 <어린이와 아이들>

이 소설은 장편소설 『대왕세종』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박충훈 작가가 어린이와 아이들을 보는 독자들의 눈과 마음이 맑아졌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쓴 신작으로, ‘어린이와 아이들’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밀레니엄 축제」는 새천년을 앞둔 어느 날 지하철역에서 만난 남자아이와 화자의 사연을 그린 작품으로 부모의 사업실패로 갈 곳 없는 아이의 처지가 칼바람같이 온몸을 아프게 찔러온다. 「민선이」는 늘 같은 시간에 골목길에 나타나 울고 있는 여자 아이 이야기인데, 장애인 부부를 부모로 둔 민선이의 모습이 선연하게 다가온다. 「할머니의 손자」는 식당을 하던 아들이 쫄딱 망하고 며느리는 노총각과 눈이 맞아 잠적하는 바람에 졸지에 손자와 손녀를 맡아 키우는 조순자 할머니와 원기 남매의 삶이 촘촘한 모자이크로 그려지고 ..

문학 이모저모 2022.09.08

<슈뢰딩거의 고양이> 이정은 소설집

작품집의 제목,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양자역학의 불완전함을 보이기 위해 고안한 사고실험으로, 이 작품에서는 내일의 운명을 알 수 없는 처지, 삶과 죽음이 상존하는 상태를 상징한다. 1991년 등단해 지금까지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 온 소설가 이정은의 여덟 번째 소설집《슈뢰딩거의 고양이》에는 연약한 존재들의 인생사를 담은 아홉 편의 작품이 실렸다. 부부 사이의 불평등, 외모지상주의로 인한 자존감의 상실, 학교폭력 등 살아가며 누구나 마주할 법한 비극적 상황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작품 곳곳에서는 다양한 인생 경험에서 우러나온 깊이 있는 고찰을 찾아볼 수 있다. 이정은 작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마주하게 되는 삶의 그늘을 낱낱이 들춰낸다. 그러나 현실의 괴로운 상처를 날카롭게 풀어내는 작가의 시선에..

한국 소설가 2022.09.02

<나그네새의 편지> 송재용 창작집

이 창작집은 예술인복지재단의 지원을 받아 출간한 작품집으로 중편소설 과, 단편소설 등 8편의 중단편 소설로 구성되었다. 송재용 소설가는 충남 부여 출생으로 대전고와 고려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고, 을 통해 등단했다. 출간한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등과 창작집 가 있다. 1994년 노동부 주최 노사화합 드라마 소재 공모에서 중편소설 가 최우수 작품으로 당선되어 MBC-TV 베스트 극장에 방영되었다. 현재 한국소설가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한국 소설가 2022.08.31

<남해의 고독한 성자> 변영희 소설가

이 소설은 변영희 작가의 장편소설로 『구운몽』의 저자 김만중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저자는 유배지의 극한 상황에서도 삶의 의지를 잃지 않고 『구운몽』을 집필하면서 절망의 상황을 이겨내는 김만중의 모습을 전율이 느낄 정도로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소설은 김만중이 그냥 유배의 삶을 수용하는 단계가 아니라,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바꾸면서 인간의 존재와 삶이 지니는 가치, 정신적인 의지로 자신의 시간을 채색하면서 『구운몽』을 그려내는 장면을 세필화처럼 묘사하고 있다. 유배자의 고독과 곤궁함 속에서도 삶의 성찰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김만중의 몸과 마음, 정신을 그리고 있는 『남해의 고독한 성자』는 병자호란 와중에 퇴각하던 병선에서 태어나 아버지 없이 홀어머니로부터 교육을 받고 자라 과거에 급제하고 벼슬을 하면서 ..

한국 소설가 2022.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