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릉의 여인 세종이 보낸 감찰상궁이 군시기판관 윤번의 집으로 궁녀들과 함께 은밀히 찾아왔다. 부인이 대문 밖까지 달려나와 머리를 조아리고 대궐에서 나온 상궁을 안채의 정실로 맞이했다. 상궁은 왕자의 비를 선보러 온 자리로 윤번은 아들 여덟에 딸 둘이 있었다. 안주인이 별당으로 하녀를 보내 큰아씨를 불러오도록 하였다. 열두어 살의 큰딸이 부인 옆에 앉으며 큰절을 올렸다. 상궁은 눈여겨보고 몇 가지 질문을 하며 자세히 얼굴의 생김새를 작은 점 하나까지 살폈다. 성격은 온순하고 착해 보이나 부끄럼이 많고 말수가 적었다. 그때 방문이 바람에 열리듯 슬슬 열리며 어린 딸아이가 문을 열고 들어와 어머니 옆에 앉으며 상궁에게 가볍게 인사했다. 안주인이 어서 나가라고 호통을 쳐도 나가지 않고 꿋꿋하게 무릎 위에 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