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나면 속이 후련해지면서 지금 겪는 힘겨움을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은 위로가 되는 음식이 있다. 그런 것들은 몸을 채우기보다는 마음을 달래준다. 소울푸드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깊은 아픔이 배어 있다. 노예로 끌려와 강제 노동에 시달리던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고칼로리 음식을 먹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이 먹던 것은 단순한 끼니가 아니었을 것이다. 고된 하루 끝에 나누던 한 끼는 마음을 채우고, 때로는 영혼 깊은 곳을 흔드는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내게도 떠올리면 가슴 먹먹한 음식이 몇 가지 있다. 불편한 식사 자리를 마친 후 집에서 먹던 고추장 팍팍 넣고 비빈 양푼이 비빔밥, 지독한 독감으로 힘들 때 엄마가 주던 복숭아 통조림, 자취생 시절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시장에서 혼자 뜯던 족발, 약간의 한기를 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