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설가

<숨어 우는 바람 소리> 최문경 장편소설

소설가 송주성 2022. 9. 15. 14:25

 

아홉 살이 되기 전이었던가. 수양산(황해도 해주) 용수봉 너머에서 요란한 대포 소리가 들려왔다. 어쩌면 난, 아니 분명 새롭고 찬란한 날이 저 용수봉에 밝게 비치리라는 꿈과 희망에 찬 흥분과 한 가닥의 이유 모를 불안……. 전쟁의 참모습을 보기 전까지……, 대포 소리는 점점 더 가까이 그리고 용수봉 위의 푸른 공기를 뚫는 날카로운 음향까지 똑똑히 들리면서 전쟁은 왔다. 아홉 살이 되면서 나는 전쟁의 참모습을 보게 되었다. 하루아침에 세상이 바뀐 것이다. 바뀐 세상에서 나는 전쟁이 드러내는 실체를 확인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70여 년을 두려워하고 있었던가. 이제 내 나이 80을 바라보려고 하고 있다. ‘이제 격동 70년’ 북·미 적대 관계 종식, 평화를 위한 다채로운 빛이 저 무등의 규봉을 밝히고 있다. 백양나무숲의 ‘그분’은 그곳에서 평화의 노래를 숨결로써 흘려보내고 있다. 그것은 드디어 그 실제를, 참모습을 드러내는 데는, 난, 아홉 살이 아닌, 80살이 다 되어서야 들여다볼 수 있는 보고창구가 있었다는 것을, 그토록 오래, 70여 년을 진정 서로 적으로 두려워하며 뒷걸음쳤을까. -작품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서울을 다시 내주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우리의 수도 서울은 국군, UN군, 인민군, 중공군이 전세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제멋대로 들락거리는 전쟁터로 바뀌었다. 휘영청 밝은 달이 산마루턱에 걸리는 한밤중이면 후퇴하는 UN군을 따라 사방의 산속에서 꽹과리와 호적을 서글프게 불어 젖히는 것이었다. 155마일 DMZ와 해양 NLL에서 서로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총부리를 겨누며 수시로 툭탁거리는 싸움질을 하면서 반세기를 넘겨 살아왔다. 언제 분단의 아픔이 끝이 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작품 속에서-

최문경 소설가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문학석사 졸업.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문학박사 수료.

·1991년에 이어 1999년도 광주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최인형으로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

·1992년 광주시민일보(시보) 연재를 시작하여 1998년까지 연재함.

•장편소설  『수채화 속의 나그네』 『장마는 끝나지 않았다』 『물한실』 『나 홀로 가는 길』 『귀호곡』 『붉은 새』 『물, 그리고 돌의 신화』 『압구정의 민들레』 『숨어 우는 바람 소리』

•단편소설집  『파랑새는 있다』 『어머니의 부표』

·2013년 제1회 문예바다 소설문학상 수상. ·2015년 세종도서, 문학 나눔 선정. ·2017년 제5회 직지 소설문학상 수상. ·2019년 손소희 소설문학상 수상. ·2020년 월탄 박종화 소설문학상 수상. ·2020년 광주 소설문학상 수상. ·2020년 46회 한국소설문학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 펜클럽 회원. ·광주 문인협회 회원. ·한국소설가협회 복지 위원. ·광주문학상 수상자 전집 발간, 집필 위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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