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설가

<마릴린 먼로가 좋아> 이찬옥 소설집

소설가 송주성 2022. 10. 20. 16:37

 

작가의 말

 

소설 같은 삶을 꿈꾸었고 소설을 잘 쓰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다. 한참을 가다가 돌아보면 늘 그 자리인 것 같아 아득했다. 지금까지 간신히 소설가로서 연명하기 위해 소설을 쓰고 작품집을 낸 것 같은 기분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그런 나를 변명하느라 느리게 소설 쓰는 작가라고 말했다. 그래도 스스로 위안하는 것은 오랜 세월 소설의 길을 걸으며 아예 벗어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때로 위축되고 두렵고 아득했지만 그 길을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은 물이 빠진 길을 지나는 환희의 순간도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 길을 지나며 함께 환호성을 질렀던 벗들도 있었다.

세 번째 소설집이다. 이번 작품집은 유난히 나의 궤적들이 많은 것 같아 부끄럽다. 어느 평론가는, 고인이 되신 박완서 선생님이 내 이야기를 남의 것처럼, 남의 이야기를 마치 내 것처럼 가장 잘 쓰는 작가라고 했다. 크게 공감했고 나도 그렇게 소설을 쓰고 싶었다. 독자들이 부디 그런 혼동 속에서 사랑으로 작품들을 읽어주시길 바란다.

 

이찬옥

 

용인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다. 2003년 『문학나무』에 단편소설 「집」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으로 『티파니에서』 『메종』이 있고, 함께 지은 책으로 『네 여자 세 남자』가 있다. 2020년 직지소설문학상 우수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