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설가 116

<단 하루의 부활> 김서하 소설집

『단 하루의 부활』은 누구라도 아무 생각 없이 집어 들었다가 아무 생각이라도 하게 되는 그런 소설이다. 『단 하루의 부활』은 총 4편의 단편 소설로 묶여있다. 자전적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있는 소설들은 화자가 던지는 재미난 질문과 함께 벌어지는 사건들을 잔잔하게 풀어나간다. 「단 하루의 부활」은 스미싱이라는 소재가 등장하지만, 범죄나 사기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엉뚱한 역발상의 이야기다. 「백봉이」는 쉽게 내뱉는 사람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무서운 흉기가 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할머니의 방황」은 방황하는 할머니를 따라 걸으며 의심하는 손녀와 가족들의 감정 변화를 엿볼 수 있다. 「흔적」에서는 강박증으로 스스로 괴롭히고 있는 ‘나’가 등장하여 나라고 믿고 있는 나에 대하여, 인간관계에 대하여 돌아보고, 진정..

한국 소설가 2023.07.31

이호철 장편소설 <금객>

‘공민왕 거문고’를 생각한다. 수덕사에 수장되어 있는 ‘공민왕 거문고’의 주인은 육교(六橋) 이조묵(李祖黙)이었다. 이조묵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조선 최고의 골동서화 수장가로 거문고를 사들였다. 거문고와 악보를 빙허각 이씨와 시동생이며 제자인 풍석 서유구의 감정으로 진품임을 재확인했다. 또한 어느 누구도 왕의 거문고에 손대지 못하던 일을 해냈다. 길일을 잡아 거문고에 새겨진 ‘恭愍王琴’ 금명과 함께 내력을 쓴 찬문이 이조묵의 친필이며 아로새긴 각자도 본인의 솜씨다. 끝내 거문고는 대원군 이하응에게 넘어가 손자 의친왕 이강이 만공스님에게 시주하여 오늘에 이른 것이다. 이조묵은 6조의 판서를 두루 역임한 문헌공 이창수의 장남이었지만 입신출세를 멀리하고 과거에는 응시조차 하지 않았다. 언제나 공민왕 거문고..

한국 소설가 2023.07.19

강준 소설집 <이별은 웰메이드 영화처럼>

강준 소설 『이별은 웰메이드 영화처럼』 ‘강준 소설 속에 희곡이 산다.’ 이 명제는 그의 문학의 특장으로 읽힌다. 오늘의 소설이 문학 장르 모두를 아우르는 예술성을 구축하기에 필연의 구조를 그는 터득한 셈이다. 그의 소설이 희곡스러운 까닭은, 입체적인 사실과 환상 묘사가 그것인데, 지문 문장과 대화의 흐름이 희곡 무대의 장면을 연출하는 맛을 낸다. 제주 본향을 대표하는 그의 소설은 향토 뿌리근성에서 비롯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끈질기고 집요한 섬 정신으로 창조된 그의 작품은 자연한 빛이 강하다. 이 소설집은 2편 스마트소설과 7편 단편소설의 맛을 빛으로 느낄 수 있다. ​ 강준은 제주에서 태어났으며 본명은 강용준이다. 경희대학교 국문과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월간문학』(1987)을 통해 희곡작가..

한국 소설가 2023.07.13

<믿을 수 없는 사람 > 김미수 연작소설집

제1회 북한인권문학상을 수상한 김미수 작가의 연작소설집 『믿을 수 없는 사람』이 출간됐다. 이미 『바람이 불어오는 날』에서 남한과 북한을 무대로 일대 모험을 감행한 바 있는 작가는 탈북민들의 ‘지금 여기’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펼치고 있다. 김미수 작가는 지금 이 땅의 소설가들이 대다수 건드리지 않거나 손을 놓고 있는 탈북자 관련 이야기를 연작소설로 썼다. 특히 북한 여러 곳을 둘러본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 북한에 불시착했을 때 겪을 법한 일을 경험 반 상상력 반으로 썼는데 7편의 소설이 모두 아주 극적인 상황으로 치닫는다. 주제의 깊이도 만만치 않지만 이야기의 재미도 놓치지 않는 김미수 작가의 장기가 이번에 아주 제대로 발휘되었다고 본다. 독자는 이 소설집을 일단 손에 들면 순..

한국 소설가 2023.06.30

<당신의 파라다이스> 임재희 장편소설

처절한 생존 속에도 존재하는 파라다이스!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임재희의 소설 『당신의 파라다이스』. 하와이 이민 1세대의 삶을 섬세하게 복원한 작품으로, 어렵게 삶의 터전을 일군 하와이 첫 이민자들의 고뇌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네 남녀가 하와이의 사탕수수 집단농장에서 만나 서로 얽히며 만들어가는 선택과 갈등, 사랑과 우정, 엇갈린 운명을 그렸다. 섬세한 인물 묘사와 긴장감 있는 플롯, 어두운 우리 역사의 한 단면에 대한 시선이 돋보인다. 하와이로 향하는 이민선에서 만나 의형제를 맺은 오창석과 최상학. 그들은 사탕수수 농장의 강제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새로운 희망을 품고 고국의 신부를 맞이하기로 한다. 친자매처럼 자라온 강희와 나영. 사진 한 장으로 나영은 상학을, 강희는 창석을 신..

한국 소설가 2023.05.23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손용상 소설집

손용상 소설가의 아홉 번째 소설집입니다. 그의 소설에는 인간으로서 또는 문인으로서의 향기가 있습니다. 미세한 부분에 까다롭지 않으며 직관적이고 종합적으로 사람을 응대하는 기질이 있습니다. 이는 그가 가진 ‘천생(天生)의 작가’로서의 품성이라 합니다. 손용상 소설가는 그와 같은 기질과 품성 그리고 글쓰기의 역량을 발양(發揚)하여, 소설을 쓰고 시를 쓰고 에세이와 칼럼을 습니다. 그가 사는 곳은 미국 남부 텍사스주의 중심 도시 댈러스입니다. 뭐든지 크고 넉넉한 이 열혈의 땅에, 우리 문학의 소중한 작가 손용상이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손용상 경남 밀양 출생, 경동고,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 197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 「방생」 당선. 미주문학상, 고원문학상, 재외동포문학상(시 부문), 해외한국소설문학..

한국 소설가 2023.05.09

<2월의 외로움> 이성준 중편소설

이 소설은 『이상한 행진』으로 독자들에게 우리 삶의 불가사의하고 독특한 세계를 보여 준 이성준 작가의 신작으로 어머니의 상을 당하고, 사랑하는 여자와 헤어지고, 결혼한 친구와의 동업을 고민하고, 형의 압박을 견뎌야 하는 신산한 삶을 견디기 위해 오른 산에서 사고를 당해 죽어가는 광호의 내면을 치열하게 그리고 있다. 소설은 광호의 심리묘사를 위해 우주 탐사선, 실연, 특성 없는 관계 등의 소재에 반응하는 그의 의식의 흐름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그 과정에서 갈등을 고독 속에서 이해하고, 그렇게 내면에 머물러야만 평화를 얻는다고 믿는 광호의 비극적인 운명을 묘사하고 있다. 광호는 다감하고 너그러워서 따뜻하게 보이지만 질병 같은 감수성이 늘 그를 괴롭히고, 허무와 공포에 침잠하려는 잠재의식이 결국 삶이라고 생각..

한국 소설가 2023.04.26

박종규 소설가 장편소설 <굿바이 파리>

출판사 평 - 잊혀가는 역사, 동백림사건 때 군부와 맞섰던 파리 유학생들의 행로는 어디였을까? 일제가 물러가면 민족이 한데 어울려 살아갈 줄 알았다. 그러나 남쪽은 미군의 총을, 북쪽은 소련의 총을 들고 대리전쟁을 치렀다. 또 패전국 일본은 그대로인데 우리만 남북으로 갈라져 이념 갈등을 벌이게 되었다. 그 시기에 우리 지성들이 겪은 삶의 폐허에서 소설 ‘굿바이 파리’는 출발한다. ‘나는 북한 공작원이었다’라는 표제로 주요 월간지들이 보도했던 천재 예술가의 행로를 그린 소설이다. 지금은 잊혀가는 동백림사건에서 무고한 파리 예술인, 교포를 석방하게 한 파리 유학생들이 있었다. 군부와 맞서야 했던 그들은 평양 이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소설은 파리 유학생들의 그 뒤 행적을 좇고 있다. 평양에 들어가 세뇌교육을..

한국 소설가 2023.03.23

<핀셋과 물고기 > 문서정 소설집

2018년과 2022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상한 문서정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소설집에 수록된 「누가 불의 게임을 하는가」나 표제작인 「핀셋과 물고기」에서는 공격적 수비에는 재능이 없는 인물군이 일종의 대립소로서 함께 등장하고 있다. 이들을 수비적 공격자라고 불러볼 수 있을까. 공격적 수비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당한 만큼 상대에게 되갚는 적극적 공격성을 함의하는 것이라면, 수비적 공격은 폭력에 대한 맹렬한 증오에 사로잡혀 있으면서도 이를 감히 상대를 향해 드러내지 못하고 오히려 스스로를 향해 굴절시키는 지극히 수동적인 공격성을 내포한다. 양 방식 모두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일 것이나, 치명적인 공격성에 토대를 두고 있으며 이는 근본적으로 제어하기 어려운 것이다. 표제작인 「핀셋과 물고기」..

한국 소설가 2023.03.09

<태권, 그 무극의 길> 이충호 장편소설 2022 무예소설문학상 대상

추천의 글 이 작품은 실존인물인 태권도 사범 이준구의 미국 활동기를 그린 소설로서 박진감 있는 문장이 강렬한 친화력과 흡인력을 주었다. 그동안 역사적 전쟁이나 무사들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 무예소설이 일대 전환하여 현대 인물로 그 중심을 바꾼 데 대해 심사위원들은 높은 평가를 하였다. 만장일치로 이러한 의견을 모아 대상작으로 뽑았다. 공들인 현장 섭렵과 탐사의 결실로 이루어진 소설이자, 문장이 활달하고 고증의 치밀도도 높은 현대소설의 높은 수준을 보여주었다. -심사위원 김호운ㆍ유성호ㆍ이광복ㆍ정수남ㆍ정영자

한국 소설가 2023.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