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존재하지 않던 곳에 발을 들이고, 존재하지 않은 것들의 이야기를 더듬던 유령의 시간들. 허구의 세계에서 진실을 찾다 보면 현재의 내가 종종 허구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소설 속 허구의 세계를 구축하는 동안 내게는 두 개의 시간이 흐르고, 두 개의 자아가 치열하게 갈등한다. 어디에나 존재하고 어디서나 충돌할 수밖에 없는 모순. 소설은 내게 하나의 진실을 찾아가고 마주하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벚꽃이 흩날리던 봄날, 유년의 내가 사는 섬을 향해 떠났다. 1004개로 이루어진 ‘천사의 섬’ 중 하나. 귀신이 한눈을 파는 시간, 6년 만에 온 윤달이라고 했다. 아버지의 산소 이장을 위해 파묘가 시작되었고, 그토록 미워하고 원망했던 아버지는 그곳에 없었다. 긴 세월을 견딘 듯 가슴에 가지런히 포갠 손가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