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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두 연작소설 <술꾼, 글꾼,우러러 그리되리라>

이 소설은 등단 이후 겉치레 없이 진솔하고 명쾌한 작품을 발표해 온 김영두 작가가 술을 제재로 하는 열 편의 단편을 모은 연작소설집이다. 주로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작가를 지칭하는 이미지가 겹쳐지는 이 소설은 명쾌한 문장 구사와 과감한 일탈의 행위로,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아 보이는 인생의 문제를 관측하고, 술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물음과 해석 그리고 융합을 시도한다. 표제작 「술꾼, 글꾼 우러러 그리되리라」는 주인공이 술과 주점 풍경에 대한 호기심으로, 그 체험 유혹의 실제에 도전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나는 여고 최고 학년이던 해에 요란스러운 변장을 통해 카페 진입을 시도해보지만, 번번이 문전박대를 당하고는 하루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조급증을 느낀다. 그러던 차에 나보다 나이가 한..

한국 소설가 2023.10.18

정성문 소설집 < 욕망의 배 페스카마>

[책 소개] 월간문학을 통해 등단한 소설가 정성문의 첫 창작집으로 『패밀리 비즈니스』, 『카메라맨』, 『하얀 개』, 『부부젤라』, 『통차이』, 『의원면직』, 『벽소령의 여름』, 『페스카마』 등 직장과 취업, 노동 문제 등을 다룬 여덟 편의 중단편 작품을 수록한 콘셉트 소설집이다. 특히 표제작인 중편 『페스카마』는 전임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수임한 사건으로 널리 알려진 페스카마 15호 선상 반란 사건을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성과급 계약, 노동 착취, 인권유린, 비정규직 문제 같은 사건 속에 감춰진 자본주의적 폐해를 들여다봤다. [출판사 서평] 선상 반란 사건의 이면 우리나라가 선진국 클럽이라는 OECD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던 1996년 8월 2일 새벽, 남태평양의 먼바다에서 선상..

한국 소설가 2023.10.13

송주성 장편소설 <후쿠시마 참치> 출간

후쿠시마 참치 (줄거리) 2024년 여름 일본인 관광객이 부산 해운대에서 잃어버린 개의 사체에서 방사능이 다량 검출된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핵오염수를 2023년 여름부터 태평양에 무단 방류하면서 소비가 급감하자 오염된 일본 참치를 개 사료 통조림으로 만들어 유통해 일본 개들이 방사능에 오염된 것으로 판명된다. 방사성물질에 의한 돌연변이 바이러스에 개들이 집단 폐사하면서 보건복지부는 일본 바이러스를 Nuclear-81로 명명하고 개에서 인간으로 전파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한다. 부산시는 수십만 마리의 개가 버려져 개판이 되고 감염된 개 떼가 사람을 공격해 뉴클리어-81에 감염된 사망자가 발생한다. 비상사태를 선포하지만 전국으로 급속도로 퍼지고 뉴클리어-81에 감염된 80세 이상 망구노인 사망자가 급..

방현석 장편소설 <범도>

“포수는 산에서 짐승들과 같이 살아. 농부와 어부는 사람의 질서 속에서 살지만 포수는 짐승의 질서 속에서 사는 거야. 산이 내게 내주는 몫만큼 잡는 거지. 여우에게는 여우의 몫이 있고, 늑대에게는 늑대의 몫이 있고, 범에게도 범의 몫이 있듯이.” 어린 시절 부모를 잃은 범도는 산야를 떠돌며 포수로 성장한다. 생계를 위해 열다섯의 나이에 평양 군영에 입대한 그는 그곳에서 민란의 참상과 위정자들의 부조리를 목격하고 군영을 떠난다. 다시 떠돌이 포수로서의 삶을 살아가던 범도는 군영에서 함께 싸웠던 동료의 가족들이 일본군에게 처참히 몰살당한 것에 분노해 홀로 일본군을 한 명씩 처단해나간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총 한 자루로 일본군과 싸우는 명사수에 대한 소문은 조선 각지로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 “누가 ..

한국 소설가 2023.10.11

임재희 장편소설 <세 개의 빛>

개인적·사회적 비극 이후에도 이어지는 삶, 비극 이후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비추는 작지만 따스한 불빛 제11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 제주4.3평화문학상은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작품들을 수상작으로 선정해왔다. 2023년 장편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저녁 빛으로》는 2007년에 벌어진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사건을 배경으로 디아스포라와 죄책감의 문제를 생생하게 다루고 있다. 심사위원으로부터 “집요하게 파고들어 드러낸 폭력과 공포의 무늬가 분명하고, 디아스포라의 질곡을 깊이 경험한 자만이 표현할 수 있는 생생한 언어로 작가의 의도를 전달하고 있”는 소설이라는 평을 받은 이 소설은, 2007년 4월 버지니아 공대에서 울려 퍼진 총성이 영원히 바꿔놓은 두 사람의 이야기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 소설가 2023.10.11

송주성 단편 <내 몸에 고래가 산다> 한국소설 2023년 10월호 발표

내 몸에 고래가 산다 송주성 갯벌에 갇힌 고래를 발견해, 수협공판장에서 경매로 이천만 원을 받았다고 태안에 사는 친구가 전화로 자랑을 해댔다. 어부 친구는 꽃게 한 상자 보냈으니 코로나19로 힘들어도 맛있게 먹으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바다 로또에 당첨된 친구의 행운이 기쁘기도 하고 또한 한없이 부러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수북이 식탁에 쌓여있는 고지서들이 머리와 가슴을 짓눌렀다. 아내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지 안방에서 긴 한숨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더 이상 돈을 융통할 곳도 없는데 당장 월말까지 막아야 할 돈이 오백만 원이 넘었다. 국민연금은 못 낸 지 오래되었고 국민건강보험료도 일 년 넘게 밀려있었다. 수도와 도시가스는 두어 번 중단된 이후로 한 달 치씩 납부하며 겨우 생활했다. 그 뿐만이 ..

심아진 장편소설 <후예들>

1999년 중편「차 마시는 시간을 위하여」로 등단해 불가해한 삶의 면면을 유려하고도 고집스러운 문장으로 벼려내 온 작가 심아진의 두 번째 장편소설. 홀로인 것을 마치 자신의 피부인 듯 영혼 깊숙이 받아들이며 당당하게 제 생을 일궈나갔던 후예들. 그들이 “아름답게 홀로” 또는 그렇게 살아내려 부단히 삶과 부딪히는 이야기를 그리는 소설은, 얼핏 보기에 세 여성 인물들의 관계와 내면을 메타 작가의 개입으로 흥미롭게 묘파하는 추리소설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을 버리고 떠난 귀연의 존재를 두려워함과 동시에 갈구해 그의 딸 요세핀을 불러들이는 효령과 ‘나만 생각할 것’이라 되뇌지만 결국 진정한 ‘나’를 얻기까지 각려의 노력을 기해야 할 귀연, 자유로웠던 옛 영웅의 후예로서 기꺼이 미지의 들판으로 나아가는 요세..

한국 소설가 2023.09.27

송주성 장편소설 <후쿠시마 참치> 출간 전 줄거리 맛보기

후쿠시마 참치 (줄거리) 2024년 여름 일본인 관광객이 부산 해운대에서 잃어버린 개의 사체에서 방사능이 다량 검출되었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핵오염수를 2023년 여름부터 태평양에 무단 방류하고 핵오염수에 오염된 일본 참치를 개 사료 통조림으로 만들어 유통하면서 일본 개들이 방사능에 오염된 것으로 판명되었다. 방사성물질에 의한 돌연변이 바이러스에 개들이 집단 폐사하면서 보건복지부는 일본 바이러스를 Nuclear-81로 명명하고 개에서 인간으로 전파 가능성이 있다는 발표가 나가자 부산시는 수십만 마리의 개가 버려져 개판이 되고 감염된 개 떼가 사람을 공격하면서 뉴클리어-81에 감염돼 사망자가 발생한다. 비상사태를 선포하지만 전국으로 급속도로 퍼지고 뉴클리어-81에 감염된 80세 이상 망구노인 사망..

<함성> 김선주 장편소설

이 소설은 한국전쟁 한복판에서 청춘과 정열을 다 바친 주인공 천인화의 기억을 변주해가면서 살아온 시간을 담아낸 일종의 전쟁소설이다. 전쟁의 구체적인 상황과 전후의 섬세한 기억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작가의 치밀한 문헌 섭렵과 사실 고증 그리고 독창적인 시선과 문장으로 그려낸 전쟁소설의 백미로 읽히면서, 새로운 상황과 기억을 다룬 분단문학의 한 좌표로 우뚝 선 작품이다. 정연하고 꼼꼼한 실증성을 바탕으로 한 전쟁소설 『함성』은 총 17장으로 구성된 장편소설로 첫 장 ‘침묵의 바다’에서는 사방에서 들려오는 총소리, 어디론가 몸을 숨겨야 할 것 같은 절체절명의 순간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곤두박질하는 느낌이 연쇄적으로 펼쳐지는 긴박한 전쟁의 정황이 천인화의 꿈속에서 재현된다. 수십 년 동안 이런 악몽 속에서 지..

한국 소설가 2023.08.16

<잃어버린 집> 권비영 장편소설

『덕혜옹주』로 10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권비영 작가가 오랜 세월 품어 온 또 다른 대한제국의 이야기, 『잃어버린 집』은 덕혜옹주의 오빠이자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 이 은, 그리고 대한제국의 마지막 적통 직계손 이 구의 아픈 생을 담은 소설이다. 작품은 일제강점기 조선과 일본 황실의 정략결혼으로 만난 이 은(영친왕)과 마사코(이방자 여사)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나라를 빼앗긴 황태자 이 은은 그 어떤 사소한 행동도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없는 무력함에 고통스러워하고, 마사코는 그런 그의 옆에서 일본인으로서 죄책감을 느끼고 이 은의 고통을 이해하며, 사랑하는 이에게 힘이 되어주지 못하는 아픔을 남몰래 견딘다. “역사의 회오리는 아주 비정하오. 피할 방법도 알 수 없이……. 광포한 역사의 바람은 피를 부..

한국 소설가 2023.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