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김성달 작가의 신작 소설집으로 2021우수출판콘텐츠 선장작이기도 하다. 7편의 단편과 2편의 짧은 소설을 묶은 이 소설집에는 세월호 침몰 사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공장 현장실습생의 사망 사고, 정화조 작업자 질식 사고, 그리고 현실의 사회·경제적 격랑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여러 사건·사고들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 형상들은 독자의 마음속에 스며들어 평정을 깨뜨리고 다시금 독자에게 심적 동요를 일으킨다. 그로 인한 마음의 파장은 독자의 생각을 오랫동안 붙잡아둔다. 이 소설집에 수록된 소설 대부분은 우리가 무엇을 잊지 말아야 하는지 경계하고, 그래서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종용하고 있다.
표제작인 「이사 간다」는 세월호 침몰 사고를 소재로 하는 소설이다. 여자가 남편의 사망 이후 실어증에 걸렸기 때문에 전화 통화보다는 문자메시지를 사용한다는 것, 문자메시지의 유일한 수신인이 바로 지금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는 아들이라는 것, 기다리는 아들이 사실은 세월호에 탑승했기 때문에 못 돌아오고 있다는 것, 생전에 아들이 좋아하던 음식이 국수였다는 것, 아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여자는 식사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다가 지금 겨우 국수를 끓이고 있다는 것, 임대 아파트로 이사 간다며 기대에 부풀었다가 그 꿈이 산산이 부서졌다는 것, 그래도 지금 아들이 있는 진도 맹골수도로 이사 간다는 것, 이 모두가 사실상 소설의 첫 대목에 함축되어 있다. 「누구나 다 안다」는 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망사고가 배경인데 지하철 가판대가 여러 가지 의미의 맥락을 함축한 독특한 소재이다.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다가 ‘몸’이 열차에 치이고, 대형마트 무빙워크 수리 중에 ‘손잡이 작업을 하던 아이의 몸’이 구멍틈에 빠지고, 달려오는 지하철 열차에 몸을 던진 남편의 자살까지, 온몸이 부서지고 뭉개지는 처참한 순간의 고통을 생생하게 포착한 어두운 그림자에 관한 문학적 형상화이다. 「돌아보지 마라」는 실업고 학생의 현장실습 사고를 다루는 소설로 서울의 무허가촌을 전전하며 살아오다 쓸쓸하게 죽어가는 할머니와 동우의 삶을 통해 현재진형이지만 해결이 요원하기만 한 우리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그리고 있다. 「아무도 모른다」는 정화조 청소 알바를 하다 질식사 한 대학생의 이야기이다. 유독가스가 가득한 정화조 속에서 숨통을 조여오는 어둠의 질식 속으로 빨려 들어간 종학이 겪었을 고통은 상상하기만 해도 가슴이 아린다. 소설의 제목은 ‘아무도 모른다’이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고 우리는 안다. 종학을 향한 진정한 추모는 결국 한 젊은이의 안타까움 죽음에 대해 우리가 인식하고, 또 그 젊은이를 그렇게 내몬 우리의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 그래서 그 죽음을 모르지 않게 하는 것임을 제목은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다. 개심사 장미꽃 이야기로 시작하는 「얼굴, 그리다」는 술술 잘 읽힌다. 소설을 읽고 있으면 해미읍성도 가보고 싶고, 개심사 장독대의 장미꽃 사진도 찍어보고 싶고, 산신각에 들어가 그림이 진짜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은 충동이 인다. 이렇게 가볍게 나들이를 떠났던 소설은 어느새 사랑했던 여인의 죽음이 발견되고, 또 그녀를 향한 죄책감과 후회의 감정이 밀려온다. 하지만 그런 감정은 단순히 떠나버린 옛사랑의 추억이 아니라 야학이라든가 강남 논술학원 등의 소재와 결합하여 세상의 불의에 맞선 연대와 투쟁, 그리고 동지와 신념에 대한 배신이라는 복잡한 문제를 덧씌우다가 결국 인물과 독자를 개심사 명부전에 도달하게 이끈다. 그곳에는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면서 그린 초상화가 있고, 화가는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을 애도하며 ‘봄이면 장미로 피어난 그녀의 얼굴을 그리면서 40년’의 시간을 지나왔다. 그런 화가가 나에게 고통의 시간을 벗어나 이제 진정한 애도를 하라고 권유한다. 「눈길을 걷는다」의 연수는 남편이 수감되자 손과 발이 사라지는 현상이 발현되는데 그것은 정신적 상처가 몸의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연수의 그런 증상은 심리적 불안이 몸에 미친 것이며, 손과 발이라는 몸의 일부가 상실되는 환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또한 ‘아버지 집에 욌드나?’를 반복하는 연수 어머니의 치매 증상은 남편이나 아버지의 부재가 정신적 측면에서 심각한 트마우마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산에 갔다」는 여행의 형식과 소설가 이호철 선생 추모의 소재가 결합된 소설이다. 하지만 소설 속에는 선생에 관한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탈북자 정대우 씨의 이야기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통일을 향한 염원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선생에 대한 애도 혹은 서사의 형식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이 중요하게 읽힌다.
김성달 작가의 소설은 현실을 담담하게 담아내는데 집중한다. 섣불리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희망을 말하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서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들의 사연을 기록하고. 그 상처의 깊이를 보여주기에 전력을 다한다. 그러한 담담함이 오히려 독자들의 마음을 서서히 끓어오르게 하고, 오랫동안 벗어나기 어려운 묵직한 울림을 전해준다. 비록 질척하고 미끄러운 눈길이 당분간 펼쳐져 있더라도 소설의 인물들은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에서 독자들은 인간적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우리의 현실에 여전히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음을 소설에서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될 때, 그러한 어둠을 잠시 잊고 있거나 혹은 외면하고 있던 독자들은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무엇보다도 아직 애도가 끝나지 않았음을, 아직 끝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 독자들을 공감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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