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규 소설집 『해동머리』에는 7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이 중 표제작 「해동머리」는 어느 묘지에서 봄이 될 때 일어난 사건을 주요 소재로 하고 있다. 여기서 묘지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겨울에서 봄이 올 때 날이 풀릴 무렵을 해동이라 하는데, 이 소설은 뭔가 풀릴 듯 말 듯 하는 삶의 한 과정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추적해 나가고 있다. 이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 다수는 오태규의 지난날 대표작을 뽑은 것이다.
이 소설에 대해서는 소설가 김승옥이 지난날 “우리 사회를 사나운 어둠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원흉은 바로 우리 자신들의 위선과 편견과 광기라는 사실을 증명해 보임으로써 우리를 아연케 하는 소설- 그것이 바로 오태규 문학의 읽지 않고 배길 수 없는 마력이다. 해부 의사처럼 냉정한 눈으로 우리 시대 어둠의 가면을 하나하나 벗겨 보이는 오 선배의 작가적 역량은 아마도 그 분이 반평생 영어 교사로 일해 오는 동안 어떤 면에서 사회의 ‘결백한 아웃사이더’로서 지낼 수밖에 없었던 처지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능력이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해본다.”라고 평했다. 김승옥의 평은 여전히 유효하다.
저자는 이 소설집에 대해 “나는 써놓은 글조차 세상에 내놓지 못하고 별의별 이유를 붙여서 항아리 속에 담아서 묻어버렸다. 타고난 나의 품부(稟賦)와도 무관치 않았다. 한때 몇 날을 뜬눈으로 새우며 고민했다. ‘이름을 낼 것이냐, 맘 편히 살 것이냐. 유명의 구속을 택할 것이냐, 무명의 자유를 택할 것이냐.’ 결국 나는 무명의 자유를 선택했다. 이제 와서 빈손으로 이생을 떠나간들 무엇을 아쉬워하랴. 한순간 한순간을 알차게 살아낸 것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말한다. 물론 겸손이다.
이 소설집 『해동머리』는 오태규 소설의 진수이면서 7,80년대 소설작법의 한 전형을 보여주는 매력이 있다. 남인수가 부르는 〈애수의 소야곡〉은 그 시대의 창법이기에 시대는 흘러갔어도 여전히 매력이 있다. 오태규의 소설집도 그런 관점에서 접히면 오히려 신선함이 있다.
저자 : 오태규
전남 순천 출생이다. 조선대 법과를 졸업했다. 고등학교 재학 중에 문교부시행 영어교사시험에 합격했다. 한창때 순천고, 순천대, 단국대 등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1982년 단편 「한려수도」가 월간문학 소설 신인상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후,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에서 크고 비범한 것을 캐내고 아름다움을 빚어내는 독특한 작품을 선보였다.
중단편소설집 『해동머리』(1983), 『작은 불평의 천국』(1992), 『제일강산』(2005), 『종생기』(2008), 연작소설 『우시아로 가는 길』(2022), 장편소설 『광장의 눈』(2004) 『친구 줄리앙』(2023), 수상록 『쾌적한 악몽』(1973), 『클럽방문기』(1993), 『내가 버린 시대』(2010), 『완벽한 구멍』(2018), 『아고니스트 당신 2014』(2023), 전 11권의 장편소설 『아고니스트 당신』(2008~2019) 등을 발표했다.
오태규 작품이 주목을 받는 것은 작가의 개성인 문체, 비단결같이 촘촘하고 섬세하고 유려한 ‘소설문장의 전범’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론 추리소설 기법의 치밀한 완결성과 쉬르풍의 실험적이고 탐미적인 작품성이 금상첨화(錦上添花)라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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