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말
초여름 장마가 들었다. 비가 서울숲 끝자락부터 훑으며 다가왔다. 한동안이나 퍼붓던 비는 시가지 한복판을 지글지글 끓이던 더위와 후더분한 티끌을 한바탕 훑어 내었다. 얕은 하늘에는 칡덩굴같이 시리었던 구름 닿은 선들바람에 쫓기어 가고, 내 작업실 창문 앞에 여름꽃 수국이 활짝 꽃을 피워 올렸다. 그윽하고 정갈하다. 그동안 느긋하고, 무관심하고, 굼뜬 것 같았지만, 비가 그치자 다급하고 흥청거리듯이 풍성하게 꽃을 피워댔다. 숲을 이루고 있는 꽃을 피우는 생명은 경이롭다.
어린 시절의 숲에 대한 기억은 지울 수 없는, 그리움이 남아 있는 장편소설의 배경이 된 『물한실』이 그러하다. 자연의 기이한 형태를 살피는 습관이 있었다. 관찰하고, 그것이 지닌 고요한 매력과 얽히고설킨 언어에 몰두한다. 그 이상야릇한 형태에 몰두할 때, 내 내면에는 그런 현상과 일치되고 싶은 감정이 솟아난다. 내 마음을 깊이 흔들어 영감을 휘몰아준다. 즉시 무엇을 써야 하는지 분명해졌다. “압구정의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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