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설가

공애린 장편소설 <가면올빼미>

소설가 송주성 2021. 7. 8. 11:20

작가의 말

기온의 급강하로 정릉천 자전거 도로가 눈에 띄게 한산해졌던 지난 겨울의 어느 날, 악조건 속에서도 굳이 위험한 하천가로 내려가 꽁꽁 얼어붙은 냇물을 돌멩이로 두드리고 있는 한 남자를 보았다.
처음엔 의아해서 내심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수초 후 나도 모르게 돌멩이에 머리를 맞은 듯 신선한 충격에 젖어 들게 되었다. 남자야말로 망치를 든 철학자 니체의 후예가 아닐까? 어쩌면 그는 극지방의 빙하코어 같은 자신의 뇌를 두드려 그 안에 웅크린 낡은 가치관을 과감히 깨부수고 있는 걸까?
1.5 킬로그램의 작은 우주로 불리는 인간의 두뇌는 스트레스에서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우울의 늪에 빠져드는 방어기제를 택한다고 한다. 최소한의 에너지와 동선으로 위험에서 멀어지기 위해. 하지만 뇌는 이기적이다. 힘겹게 균형을 유지하기보다는 신호를 무시한 채 우울의 늪에 빠져든 뇌를 쉽게 받아들인다. 즉, 두뇌 속 두 마리 늑대가 벌이는 시소게임에서 승자의 지배를 받게 되는 것이다.
평소 뇌에 관한 신비감과 뇌과학 분야에 대한 경외심에 빠져드는 것을 즐기곤 했다. 실제 자아와 이상적 자아의 괴리감으로 지쳐가는 뇌. 중요한 건 균형이다. 어둡고 혼탁한 이 세상. 부디 우울한 영혼들에게 세로토닌의 황홀한 세례가 있기를!
2021년 봄 인디언 체로키족의 두 마리 늑대를 떠올리며
공애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