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 2

김훈 산문 <허송세월>

“중생의 어리석음은 한이 없는데,나는 이 어리석음과 더불어 편안해지려 한다”‘생활의 정서’를 파고드는 김훈의 산문 미학삶의 어쩔 수 없는 비애와 아름다움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우리 시대의 문장가, 김훈. 시간과 공간 속으로 삭아드는 인생의 단계를 절감한다는 그가 “겪은 일을 겪은 대로” 쓴 신작 산문을 들고 돌아왔다. 생과 사의 경계를 헤매고 돌아온 경험담, 전쟁의 야만성을 생활 속의 유머로 승화해 낸 도구에 얽힌 기억, 난세를 살면서도 푸르게 빛났던 역사의 청춘들, 인간 정서의 밑바닥에 고인 온갖 냄새에 이르기까지, 그의 치열한 ‘허송세월’을 담은 45편의 글이 실렸다. ‘본래 스스로 그러한 세상’의 이치를 아는 이로서 그 어느 때보다 명료하고도 섬세한 문체로 생활의 정서를 파고든 《허송세월》은 김훈..

한국 소설가 2024.07.11

<초대받은 아이들> 형경숙 장편소설

■ 머리글 만경강을 들어서면 참새들이 먼저 지절대며 아침인사를 해온다. 헐벗은 겨울나무의 잔가지에 빼곡히 앉은 참새들의 앙증맞은 모습이 저리 귀여울 수가 없다.무엇이 즐거워 이른 아침부터 한자리에 모여 저다지 지절댄다는 것일까. 어제까지의 근심과 걱정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로서는 참새들의 자유분방함에 게슴츠레한 나머지 잠이 화들짝 달아나 버린다. 비로소 자유로워진 영혼이 된 것 같아 이다지 홀가분할 수가 없다.이 홀가분함은 잠깐이겠지만 잠시나마 이 기분을 가져볼 수 있다는 게 얼마만한 행복인가.요즘은 정치라는 걸 모르던 나 어린 시절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 시절은 먹을거리가 부족하기는 했지만, 남을 미워하거나 상대를 헐뜯는 따위의 사회적인 분위기가 아니었다.그런데 지금은 나라 전체가 ..

한국 소설가 2024.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