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설가

심아진 소설집 <신의 한수>

소설가 송주성 2022. 4. 25. 14:54

 

■ 작가의 말

세상이 물리법칙이나 신의 뜻에 의해 굴러가기보다 이야기에 의해 굴러간다고 믿는 편이다. 화가나 음악가가 그림이나 음악을 세상의 정수요 영혼이라 여기기도 하는 것처럼 소설가인 나는 이야기 추종자다. 탄성을 지닌 이야기가 아니고서는 종횡무진, 자유로운 우주 삼라만상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리라 여긴다. 다소 편협한 내 믿음이 어떤 근거로 시작되었는지 알지 못하나, 이야기가 내 삶의 알토란 같은 핵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원고를 갈무리하면서 카프카의 소설 「단식 광대」가 떠올랐다. 단식 광대만큼의 명성을 얻은 적도 없거니와 감히 그처럼 절절하다고도 말할 수 없으나 오롯이 공감하는 한 구절이 있다. “왜냐하면 저는 단식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저는 그렇게밖에는 달리 하는 수가 없습니다.”정말이지 소설을 쓰지 않고는 달리 어찌할 도리가 없다. 보지 않아도 내 볼이 발그레한 걸 알겠다. 나를 사로잡은 게 하필 이야기여서, 사로잡힌 게 하필 나여서 감사할 따름이다.

심아진 소설가

1999년 중편소설 「차 마시는 시간을 위하여」(『21세기문학』)로 등단. 소설집으로 『숨을 쉬다』 『그만, 뛰어내리다』 『여우』 『무관심 연습』, 장편소설로 『어쩌면, 진심입니다』가 있다.

2020년 ‘심순’이란 이름으로 동화 「가벼운 인사」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됨. 동화집으로 『비밀의 무게』(창비 좋은어린이책 대상)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1』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