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모저모

정성문 작가 <백두대간 자전거 여행>

소설가 송주성 2022. 12. 19. 12:46

 


 

“자전거를 타고 백두대간을 종주한다”라는 말을 듣는다면 “참 멋지다”라고 반응하거나 “그게 실제로 가능하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이 책은 백두대간 1,481km를 자전거로 넘은, 자전거로 그린 21세기 ‘대동령(嶺)지도’ 백두대간 자전거 라이딩 인문여행서다.

소득과 여가 활용시간의 증가에 따라 건강 강화 관련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전거 길 역시 확장되면서 국내 자전거 인구가 1,300만 명 남짓에 이른다. 한강·금강·낙동강·영산강 등 4대강 종주에서부터 인천에서부터 부산까지 또는 그 반대의 633km에 이르는 국토 종주를 즐기는 라이더들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633km를 달려 국토를 종주하는 일도 대단한데 이보다 더 놀라운 일은 자전거로 백두대간의 산길을 종주하는 것이다. 백두산부터 지리산까지 한 번도 끊어지지 않고 무려 1,400km나 이어졌다는 백두대간은 우리나라에 있는 구간으로 국한할 경우 설악산에서부터 지리산까지 약 684km에 이른다.

자전거를 타고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것은 흔히 하는 도보 종주와는 그 성격이 사뭇 다르다. 도보 종주가 능선을 따라 걷는 것이라면 자전거 종주는 백두대간을 가로지르는 고개와 고개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주변부를 끼고 돌아야 한다. 따라서 도보 종주에 비하면 필연적으로 종주 거리가 두 배 이상 늘어난다.

이 책의 필자도 62개 고개를 넘으며 백두산에서부터 지리산에 이르기까지의 백두대간 총연장보다 긴 1,481km를 달려 백두대간 종주 라이딩을 완수했다.

또 백두대간 종주가 국토 종주와 다른 것은 국토 종주는 주로 강을 따라 조성된 자전거 길을 달리는 반면 백두대간 종주는 대부분 구간에서 자전거 길이 아닌 일반 도로를 달린다는 사실이다.

초장거리 라이딩인 백두대간 자전거 종주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사전 준비와 코스와 숙소 등에 대한 상세 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에서 출간된 백두대간 자전거 종주를 위한 안내 책자는 거의 없다시피 한 실정이다. 이미 다수의 미국 대륙 자전거 횡단기가 국내에 출간되어 있고 자전거 세계 일주 여행기는 흔하다는 점을 직시하면 의외의 결과라 하겠다.

[백두대간 자전거 여행: 백두대간 1,481km를 자전거로 넘다]라는 타이틀의 이 책은 백두대간 자전거 종주를 희망하는 데도 정보 부족 등으로 이 꿈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수많은 라이더에게 길라잡이가 될 만하다.

평범한 직장인인 저자는 경력이 그다지 화려하지 않은 라이더다. 흔한 4대강 종주는 물론 웬만한 라이더라면 훈장처럼 달고 있는 국토 종주 메달조차 따지 못한 아마추어 라이더이다.

저자에게 백두대간 자전거 종주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2019년 4월 말 양양 조침령과 홍천 구룡령에 올랐다가 내친김에 산줄기를 타고 평창 운두령까지 이어 달린 것이다. 이렇게 해서 강원도 고성 진부령에서 경상남도 함양 지안재까지 백두대간을 동서로 혹은 남북으로 통과하는 62개의 고개를 넘게 되었다.

이 책은 저자처럼 초심자라도 백두대간을 자전거로 여행할 수 있도록 종주 코스와 업힐 거리, 쉼터 등에 대한 상세 정보를 수록해 이채롭다. 아울러 종주 코스를 14개 구간으로 나누어 기술함으로써 부분 종주 코스 도전이 가능토록 배려하였다.

그러면서도 주변 관광지와 지역의 역사 등 인문학적 교양 정보도 담아 단순 주행기록 위주의 일반적인 자전거 여행기와는 차별화를 도모하였다.

저자는 “자전거는 코로나 시대에 가장 적합한 언택트(untact) 교통수단”이라며 “코로나에 움츠리지 말고 자전거와 함께 국토의 깊은 속살을 경험해보자!”라고 권유한다.

참고로, 이 책에는 백두대간 고갯길들의 업힐 난이도를 비교하기 위해 라이더들에게 잘 알려진 미시령 서사면(西斜面, 인제 ? 속초)과 이화령 서사면(괴산 ? 문경)을 비교 대상으로 자주 언급한 게 눈길을 끈다. 이는 미시령 서사면은 출발지점인 도적소 교차로 부근에서 정상까지 약 3.5km로서 백두대간 고갯길 가운데는 짧은 편이지만 평균 경사가 8%를 넘는 급경사로다. 반면에 이화령 서사면은 출발지점인 행촌사거리에서 정상까지 약 5.2km로서 짧지 않은 편이지만 평균 경사는 6%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해 먼저 경험한 입장에서 이 책을 접하는 후발 주자들의 시행착오를 극소화하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는 거라 하겠다.

 

저자(글) 정성문

Perfect Outsider, 호모 사이클링쿠스, 잡식성 글쓰기 중독자.

살면서 넘은 인생의 고개를 닥치는 대로 글로 남겼다.

자전거를 굴려 넘은 백두대간 1,481Km, 62개의 고개는 그 기록의 하나이며, 대간의 끝에 이르러 비로소 깨달았다.?

올라가는 이유는 내려가기 위해서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