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뿔! 인생이 다 그렇지...
문학평론가이자, 소설가인 하응백이 첫 에세이집을 출간했다. 하응백은 그동안 문학평론서, 국악이론서, 문인과의 대담집, 낚시 에세이 등 여러 저서를 출간했지만, 장작 본격 에세이집은 처음 펴냈다.
이 에세이집에 실린 글은 여러 신문과 잡지, 페이스북에 연재하거나 게재한 칼럼과 에세이 중에서 세월을 견딘 글들을 뽑고, 미발표 에세이를 추가했다.
저자는 서문에서 “시간이 가면서 글의 계획대로 삶이 살아지지 않았다. 뭔가 일이 터져 조용히 공부만 할 수는 없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이웃의 경북여고 여고생을 좋아했지만, 그 여고생의 여동생이 초등학교 6학년인 주제에 나를 좋아하는 바람에 사태는 심각하게 꼬이고 어긋나 버렸다. 그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언니와 동생에게 아주 심중한 편지를 여러 번 썼다. 내 편지의 힘이 아니라 그 집이 이사 가는 바람에 모든 게 간단히 해결되었다. 인간의 노력보다 운명의 힘이 더 막중하게 작용할 때도 있다. 하지만 편지를 썼던 손의 기억은 두고두고 남았다. 그 손의 기억으로 인해 글을 쓰는지도 모르겠다.”라고 했다. 왜 글을 쓰는 인간이 되었는지를 밝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에세이집은 문학평론가로서의 근엄함을 떨쳐버리고 ‘쌩얼’로 독자들을 만난다. 어떤 부분은 아예 발가벗고 솔직하게 독자들에게 내면을 고백하고, 삶의 우연성에 노출된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한다. 때로는 진지하고 때로는 웃긴다. 진중하고 근엄하고 아름다워야 한다는 에세이의 공식을 깨는 자유분방한 에세이다.
‘잔인한 인간’에서 ‘개뿔 같은 내 인생’까지!
처음 책을 내고자 했을 때 책의 제목은 ‘잔인한 인간’이라 정했다. 갈치낚시를 할 때 큰 갈치를 잡으려면 작은 갈치를 미끼로 사용한다. 동족을 잡아먹은 갈치보다 그러한 갈치의 본능을 이용하여 갈치를 잡으니 인간은 얼마나 잔인한가? 이런 데 생각이 미쳐 ‘잔인한 인간’이라 한 것인데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잔인’과는 거리가 멀다.
책 출간 직전, 서울 성곽길 낙산공원을 걷다가 전망 좋은 한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셨다. 카드로 계산을 하고 영수증에 찍힌 문구를 보는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 문구는 “국민재난지원금 개뿔”이었다. 카페 이름이 바로 ‘개뿔’이었던 거다. 정부가 전 국민에게 지급한 돈이 개뿔이 되었다. 통쾌하다. 우연이 ‘통괘’를 불러왔으니 ‘개뿔’에게 보답해야 마땅하다. 그래서 책 제목을 ‘개뿔 같은 내 인생’이라 정했다
하응백
대구에서 태어나 영남중, 대건고를 졸업했다. 경희대 국문과 졸업, 같은 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문학평론으로 당선, 문단에 데뷔했다. 경희대 국문과 교수, 국민대 문창대학원 겸임교수를 지냈다. 2002년 휴먼앤북스 출판사를 창립 현재에 이르고 있다.
문학평론집 『문학으로 가는 길』, 『낮은 목소리의 비평』, 『친구야, 다리를 건너거라』, 국악해설서 『창악집성』, 『인문학으로 읽는 국악이야기』, 낚시 에세이 『나는 낚시다』, 소설집으로 『남중(南中)』(2019)을 냈다. 『개뿔 같은 내 인생』은 하응백의 첫 에세이 모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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